부부 관계에서 벌어지는 과잉 행동의 법적 경계
결혼이라는 틀 안에서도 상대방의 사생활을 침해하거나 감시하는 행위는 과연 ‘스토킹’으로 볼 수 있을까요? 최근 한 커뮤니티에서 “남편이 제 휴대폰을 무단으로 확인한다”는 글에 수천 개의 댓글이 달리며 논란이 되었습니다. 이처럼 부부 간에도 법적 문제로 이어질 수 있는 행동에 대해 전문가들은 어떤 입장을 보이고 있을까요?
▶ 법은 부부도 ‘타인’으로 본다
스토킹처벌법은 ‘특정인에게 반복적으로 접근하거나 감시하는 행위’를 규제합니다. 이때 ‘특정인’은 배우자를 포함해 모든 인간 관계를 포괄합니다. 한 변호사는 “법조문에 ‘배우자 제외’라는 단서가 없기 때문에, 부부 사이에서도 스토킹 행위가 성립할 수 있다”고 설명합니다.
예를 들어, 이혼을 앞둔 부부가 서로를 집 앞에서 감시하거나, 휴대폰 메시지를 수십 차례 연속으로 보내는 행위는 스토킹에 해당할 수 있습니다. 다만, 일상적인 부부 다툼과 법적 처벌 대상 행위를 구분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법원은 “상대방이 공포심을 느낄 정도로 지속적이고 집요한 행동”인지 여부를 중점적으로 판단합니다.
▶ 휴대폰 무단 확인은 스토킹? 정보통신망법 위반?
배우자의 휴대폰을 동의 없이 열어보는 행위는 스토킹처벌법보다 정보통신망법 위반으로 다뤄질 가능성이 높습니다. 해당 법률은 ‘타인의 정보시스템에 무단 접근해 정보를 탐지하거나 유출하는 행위’를 금지합니다.
실제 사례에서, 아내가 남편의 휴대폰을 몰래 확인한 후 채팅 내용을 스크린샷으로 유포한 경우 3년 이하 징역 또는 3천만 원 이하 벌금형을 받았습니다. 변호사는 “부부라도 개인의 디지털 정보는 사생활 보호의 대상”이라며, 무단 접근 자체가 범죄가 될 수 있음을 강조합니다.
▶ “상대방 전화를 도청하면 어떻게 되나요?”
배우자의 통화 내용을 녹음하거나 도청하는 행위는 더 심각한 문제입니다. 이는 통신비밀보호법 위반으로, 최대 10년 이하의 징역에 처해질 수 있습니다. 2022년 한 남성이 아내의 차에 도청 장치를 설치하다 적발된 사건에서는 징역 1년 6개월이 선고되었습니다.
하지만 배우자의 불륜을 증명하기 위한 목적이라도, 불법적으로 취득한 증거는 법정에서 효력이 없을 뿐만 아니라 오히려 가해자가 될 위험이 있습니다. 전문가는 “의심이 간다면 합법적인 방법(변호사·탐정협조)으로 증거를 수집해야 한다”고 조언합니다.
▶ “근무 시간에 계속 전화하면 스토킹인가요?”
배우자가 직장에서의 집중을 방해할 정도로 지속적으로 전화를 걸거나 메시지를 보내는 경우, 스토킹처벌법 적용 여부가 논의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하루에 50회 이상 전화를 걸거나, 상대방이 거부함에도 불구하고 수개월 동안 SMS를 발송하는 행위는 ‘정신적 피해를 유발한 행위’로 볼 수 있습니다.
이 경우 피해자는 경찰에 신고해 접근 금지 조치를 요청할 수 있으며, 법원은 가해자에게 최대 3천만 원의 벌금이나 1년 이하의 징역을 선고할 수 있습니다. 다만, 단순한 문자 몇 통이나 일상적 연락은 해당되지 않습니다.
▶ 법원의 판단 기준은?
부부 간 스토킹 사건에서 법원은 “관계의 특수성”을 고려합니다. 예를 들어, 동거 중인 부부가 서로의 위치를 공유하는 것은 일반적으로 문제되지 않지만, 이혼 절차 중인 경우에는 상황이 달라집니다.
2023년 선고된 한 판례에서는 이혼 소송 중인 남성이 전처의 신변을 GPS로 추적한 행위에 대해 “피해자가 불안감을 호소한 점, 행위의 지속성을 고려해 스토킹으로 인정했다”며 벌금 500만 원을 선고했습니다. 재판부는 “부부라도 상대방의 기본권을 침해해서는 안 된다”는 원칙을 강조했습니다.
▶ “그럼 부부 사이에선 아예 신고 못 하나요?”
많은 사람들이 “결혼했으니까 참아야 한다”는 사회적 인식 때문에 신고를 망설입니다. 하지만 최근 몇 년간 부부 간 스토킹 신고 건수는 매년 20% 이상 증가하고 있습니다. 이는 관련 법률의 인지도가 높아졌기 때문으로 분석됩니다.
피해를 입었다면 즉시 증거를 수집해야 합니다. 문자 메시지, 통화 기록, CCTV 영상, 목격자 진술 등을 확보한 후 112 신고나 법률상담소를 찾는 것이 좋습니다. 특히, 상대방이 “너랑 결혼했으니까 내 권리다”라고 주장해도, 이는 합법적 근거가 되지 않습니다.
▶ 전문가들의 조언: “선을 넘지 마세요”
법조계는 부부 간에도 개인의 자유와 안전은 최우선이라고 입을 모읍니다. 변호사는 “결혼은 상대방을 소유하는 게 아니다”라며, 다음과 같이 경계를 설정할 것을 권고합니다.
- 물리적 접근: 동의 없이 상대방의 사적 공간(차량, 사무실 등)에 출입하지 않기
- 디지털 감시: SNS, 휴대폰, 이메일 등을 무단으로 확인하지 않기
- 정서적 통제: 상대방의 인간관계나 일상을 과도하게 간섭하지 않기
만약 상대방의 행동이 두렵다면 가정폭력·스토킹 전용 상담센터(1366)를 활용해 보세요. 전문 상담원이 임시 숙소 제공, 법적 절차 지원 등을 도와줍니다.
▶ “화해하고 싶은데 신고하면 관계가 완전히 끝나지 않을까?”
많은 피해자가 이런 고민에 빠집니다. 하지만 법적 조치는 관계 회복을 방해하지 않습니다. 경찰은 먼저 가해자에게 주의 조치를 내리고, 재발 방지를 위해 교육 프로그램을 권고합니다. 오히려 상대방이 문제의 심각성을 깨닫는 계기가 될 수 있습니다.
단, 이미 신체적 위협을 느꼈다면 즉시 긴급임시조치를 신청해야 합니다. 법원은 48시간 내에 접근 금지, 주거지 출입 제한 등을 결정할 수 있습니다.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자유를 빼앗지 말아야 할 때”
부부 관계에서 스토킹은 사랑이 아니라 통제의 형태로 나타납니다. 상대방을 진정으로 아낀다면 그의 독립성과 프라이버시를 존중해야 합니다. 만약 지금 당신이 두려움을 느끼고 있다면, 주저하지 말고 도움을 요청하세요. 법은 결혼이라는 이름으로 개인의 기본권을 유린하는 행위를 절대 용납하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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